오랜만에 몰입해서 책을 읽었다. 투자자 레인메이커님이 최근 와이스트릿에 출연하셔서 하신 이야기 중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는데, 두꺼운 책을 한 두 달 동안 하루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읽으면 앞에 읽었던 내용을 까먹지 않겠냐는 이야기이다. <총, 균, 쇠>를 400페이지 중반까지 읽었지만 몰입해서 읽지 못해서 독서노트에 주요 내용들은 기록하고자 했지만 이미 내 머리에선 많은 부분들이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몰입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준 책이다.
책의 핵심 주제들을 떠올려보자면, 넷플릭스는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의사결정의 자유와 책임을 부여한다. 그리고 책의 제목이 No rules rules지만 이를 위해 규칙들이 존재한다. 피드백을 할 때 4A 지침을 따라야 한다. 당연히 아래 지침에 따라 피드백을 주려면 상사든 동료든 부하 직원이든 많은 시간과 고민을 필요로 할 것이다.
피드백을 줄 때
- Aim to assist
- Actionable
피드백을 받을 때
- Appreciate
- Accept or Discard
한국의 중견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처지에서 이 책을 보면 다소 이상적인 부분들이라고 보이는 부분들이 많다. 8년 조금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피드백을 줬던 선배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고, 사실 나도 그런 피드백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최근에야 나를 가르쳐주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멘토라고 부를 수 있는 리더를 만나 업무를 배우고 있는데, 내 입장에서도 피드백에 대해 위의 4A 지침을 적용해볼 수 있겠다.
놀라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의사결정에 관한 부분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를 비롯한 넷플릭스의 경영진들은 직원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면 매니저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말고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라고 한다. 조금 충격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는 회사에서 팀장이나 리더의 역할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을 내가 마무리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어차피 의사결정은 리더가 할 테니까. 사실 이런 맥락은 리더들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일부 리더들은 내용을 본인이 생각한 대로 수정하고 원작자가 의도한 내용이 아닌 리더 스스로의 주장으로 바꾸어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된다. 리더가 직원의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빼앗아간 것이다.
p.246 상사가 '결정권자'의 역할을 포기할 때 사업은 속도가 붙고 혁신이 가능해진다.
한편으론 업의 본질을 이해한 뒤에 넷플릭스의 철학들을 되새겨봐야 한다.
p.249 넷플릭스는 의료업이나 핵발전소처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아니다. 오류를 막는 것이 제 1과제인 사업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활동 무대는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장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큰 위협은 오류가 아니라, 혁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위험은 우리 고객들을 만족시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해 부적격자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블라인드에서 회사 평점이 5.0/5.0에 달하는 기업들은 흔치 않은데, 이 평점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어느 기업의 직원들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평판을 나타낸다. 넷플릭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 문화를 사랑하고 경쟁과 피드백을 즐기고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지만, 적당히 일하고 적당한 급여를 받길 원하고 루틴 한 일을 하며 정년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아주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집단이라고 보일 수 있다.
<인재 밀도(talent density)>
넷플릭스가 뛰어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데에는 직원들이 F&R(freedom&responsibility)-즉 의사결정의 위임 및 자유, 그리고 그에 알맞은 책임(실패했다고 책임지라는 것이 아님.)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8년 실시된 록스타 실험에서 연구진들은 실험에 참가한 9명의 프로그래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꼴찌보다 2~3배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결과는 코딩에선 20배, 디버깅에서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서 10배의 차이가 있었다. 넷플릭스는 업계에서 최고의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최고의 연봉을 주고, 평범한 사람들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p.297 이 같은 힘든 결정을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리더들이 평소 직원들에게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재 밀도가 높은 직장의 직원들은 가족이 아니다.
가족은 '성과'와 관계없이 함께하는 집단이다.
이 부분에서 리드와 에린은 회사를 프로 스포츠 팀에 비유한다. 업의 특성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나도 영리 기업의 목적을 안다면 직원들은 본인이 받는 급여에 상당하는 일을 프로답게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구단의 샐러리 캡은 한정되어 있고, 성과를 내는 선수들과 성과를 갉아먹는 선수들은 늘 공존한다. 이런 선수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는 구단주와 감독에게 그 권한이 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식들에 대해서는 정리하여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회사 밖의 뛰어난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흥미로웠고, 그래서 나는 더 많은 책들을 읽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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