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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고장 난 회사들-마틴 린드스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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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내가 속한 기업의 한 관계사에서 경영 전반에 대한 일을 선배 한 분과 분석해 보고 있다. 산업과 시장, 조직 구성, 공식적인 조직도와 비공식적인 조직도, 직원들의 담당 업무와 생활하는 환경, 고객 등 모든 분야에 대해서 머리를 굴려보고 있다. 이미 꽤 오랜 시간 동안 문제는 일어나왔고, 그래도 그런 시간이 지났음에도 직원 2명을 몇 달간 관계사에서 근무하게 한 것 자체도 나에겐 아주 큰 변화로 느껴진다. 저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이 제시하는 해결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고 사소한 변화를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 그 변화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성취 가능한 목표여야 한다. 그다음엔 비판을 다루는 데 능한 사람들을 찾아서 변화를 향한 목소리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을 처음 고르기 전, 책을 읽고 난 후에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훌륭한 책을 들여온 출판사와 편집자분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제목을 잘못 지으신 것 같다. 차라리 원서 명인 "상식 부처 또는 상식 위원회"(THE MINISTRY OF COMMON SENSE)가 훨씬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발매일을 보면 아무래도 한국에서 주식과 코인 등 금융자산에 열풍이 불어서 그런가 한국어 부제를 주가가 말해주지 않는~으로 정한 것이 개인적으론 이 훌륭한 책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한 기업에 끼리끼리 모인, 동질 한 사람들이 근무하면서 상식에 맞지 않는 규칙들을 거부하지 못하고 조용히 따르다가 작고 큰 문제들이 일어난 사례들을 다수 소개한다.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소위 허튼짓을 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성향이지만, 작가가 말하는 '심리적 안전', 즉 직원들이 어떤 현상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개는 그 조직을 조용히 떠날 것이며, 퇴사 면담 시에도 거짓 이유를 대거나 조용히 회사를 떠날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상식'의 부재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적용된다. 어느 순간부터 나 스스로도 '상식'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무섭다.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상식이 없을 수도 있다. (어떤 분야에선.)

p.144 우리 뇌는 점차 지름길이나 쉽고 간편한 해결책에, 그리고 우리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려주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의존하는 대상이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나도 그렇고 주변 지인들에게 들어보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하염없이 넘기다가, 잠들기 전 유튜브에는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영상들을 보다가 의미 없는 시간을 많이 보냈고 그래서 SNS를 비활성화하거나 아쉽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뇌가 점차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체에만 반응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 생각보다 우리가 구상하는 것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보단 현재 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들이 더 많은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스스로만의 상식이 있을 것이다. 설사 그 상식이 조금 그르다고 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대화를 나누고, 작은 성공에 대해 격려해 주고 축하해 주면 조금의 변화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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