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지 말라-송길영
회사 아저씨들한테 읽히고 싶은 책. 변화의 속도가 어떻든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를 수용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야만 한다. 그러기 싫으면 적어도 후배들 앞길이라도 막지 말자. 그리고 작가분의 메세지가 몇 가지 마음에 남았다. 욕망하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세상에 남긴 데이터들이 그것들을 조금씩 말하고 있다.)
p.168 이처럼 규칙을 기반으로 인간의 일이 점차 창의적인 것으로 집중된다면, 역설적으로 회사는 점차 규칙을 만들지 않게 될 것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규칙에 저항하니까요. 타율적 인간을 만드는 건 무척 쉽습니다. 뭘 하지 말라고 하면 돼요. 반면 창의성을 키우려면 규칙을 과감히 배제해야 합니다. 규칙이 없는 대신 규칙을 스스로 내재화할 만큼의 양심과 창의성을 가진 이들만 뽑게 될 테고, 궁극적으로 본인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율적 인간만 남지 않을까요?
흔히 밀레니얼은 규칙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약속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창의성을 제어하는 규칙이 아닙니다. 입사할 때 '무엇을 하면 되는데?' '얼마 줄 건데?' '어떻게 줄 건데?' 등에 대해 규칙을 정하고, 그에 맞춰 일한다는 마인드입니다. 단순히 회사 일이니 그만큼만 하겠다는 자세라기보다는, 애초에 회사의 급여체계나 보상체계가 경직돼 있기에 그에 맞게 대응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더러는 노동강도가 높은데도 구성우이 헌신적으로 임하는 회사도 있으니까요.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은 규칙을 따지지 않고 한다는 거죠.
문제는, 이런 변화를 많은 사람이 수용할까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달라진 세상에서 누구나 적응을 요구받고 있는데, 왜 누구는 유난히 적응이 어려울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기존의 법칙이 항구적일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변화하는데도 눈 감고 귀 닫고, 한마디로 생각하지 않고 관성처럼 예전의 방식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둘째, 세상이 변화하는 동안 내 경쟁력의 현행화를 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큼 일에 대한 나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뜻이니까요. 요즘에는 순수예술 하는 사람도 포토샵 같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웁니다. 나의 작품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몰라도 상관없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디바이스가 기본 툴이 되었기 때문에 배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툴에 대한 숙련도는 일에 대한 준비성, 현행화의 기본 요소입니다.
셋째, 지금 이 시스템이 최대한 유지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순진하거나 무능한 게 아니라 사악한 거에요. 실제로 기업 강연을 가서 사회가 투명성을 요구한다는 말을 하면 정년이 얼마 안 남은 분들에게서 꼭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렇게 쉽게 안 바뀐다고요. 강연에서 현행화와 적응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나중에 식사하며 대화해보면 어떤 화제를 꺼내든 결국엔 '3번 아이언'으로 대화가 흐르는 분도 봤습니다. 나는 골프를 안 친다고 백번 말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관심도 아는 것도 없으니 그 얘기밖에 안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