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는 또한 새로운 시작
작년 12월 초부터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한 계열사에서 올해 3월까지 파견근무를 했다. 가칭 경영기획팀을 신설하여 해당 기업의 사업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회사의 체질을 개선할 것인지 솔루션을 제시하는 미션을 받았다. 직장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멘토라고 불릴 수 있는 분이 회사에 합류하여 4개월간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나를 트레이닝시켜주셨다. 우선 소감을 말해보자면 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문제를 4개월간 고민하다 보니 조금은 홀가분하다. 회사 내부에 들어가기 전에는 재무제표와 사업계획 등 숫자와 글자만 보고 단편적인 결론을 내리기 쉬웠다. 그러나 막상 근무하면서 보고 듣고 조사하고 느낀 점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부족함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내 나름대로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원 인터뷰를 가서 질문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인터뷰가 금방 끝나서 얼굴이 뜨거웠던 적도 있었다. 내가 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당연하지 않았고, 중소기업이 왜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인재육성이 왜 어려운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이 근무했던 멘토님은 "돈 받고 배우는 MBA" 정도의 좋은 기회이므로 뭔가 문제가 개선되지 않더라도 가설을 산업과 시장 그리고 기업을 들여다보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보자고 잘 이끌어주셨다. 지인들이 이직을 고민할 때 종종 본인의 '회사 직무, ex) 영업관리, 구매, 경영지원 등' 이름만 갖고 다른 직장이나 직무엔 적용할 수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절대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내 경우엔 여러 조직에서 다소 여러 직무를 경험했던 편이라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잡스가 말했듯이 삶은 내가 여기저기 찍어온 점들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지식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나에겐 부족한 점들이 많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꽤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했던 이번 프로젝트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다.

#20220315 #하루의기록